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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곳을 높게 잡으면 날개마저 짐이 된다.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가야 할 곳을 높게 잡으면 날개마저 짐이 된다.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화가 노은님은 말했다. 나비는 날개가 가장 무겁고, 목수는 망치가 가장 무겁고, 화가는 붓이 가장 무겁다고. 그러나 가장 무거운 걸 가장 가볍게 다룰 때 비로소 나비는 나비이고, 목수는 목수이고, 화가는 화가라고. 붓을 가볍게 다루는 사람이 화가라면 카피라이터는 펜을 가볍게 다루는 사람일 텐데 나는 언제나 펜이 무거웠다. 도대체 무거운 날개가 가벼워지고, 무거운 망치가 가뿐해지고, 무거운 붓이 수월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노은님은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림은 잘 그리려고 할수록 잘 안된다. 그저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는 마음으로 그려야 한다." 왜 나의 펜이 무거웠는지 알겠다. 가야 할 곳을 높게 잡으면 날개마저 짐이.. 2024. 5. 12.
와이파이의 빈자리를 사람이 꽉 채우고 있었다.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와이파이의 빈자리를 사람이 꽉 채우고 있었다.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언제부턴가 와이파이가 조금만 느려도 엄청 답답하고 안 터지면 불안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게 2009년이니까 스마트폰 없이 산 세월이 더 길다. 그땐 어떻게 살았을까 싶지만 아주 잘 살았다. 책을 보면서 친구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가수의 CD가 발매되는 날짜에 맞춰 레코드 가게에 가고, 만화책 신간이 나오면 서로 돌려보고, 갑자기 궁금한 게 생기면 친구에게 전화하고, 잠자기 전에 라디오를 듣고, 다양한 것들이 시간의 공백을 채워주었다.  쿠바로 떠나기 전, 가장 걱정됐던 게 와이파이였다.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 하는 데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고, 숙소는 어떻게 찾고, 호스트에.. 2024. 5. 5.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 - 일상이 슬로우 / 신은혜 ]1978년, 프린스턴 대학교 신학과 6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이 생각난다. 이 실험은 성경을 토대로 한다. 여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크게 다친 사람을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하고 지나지만, 당시 천대받던 사마리아인은 다친 자를 불쌍히 여겨 상처를 치료하고 돌봐주었다는 내용이다. 남을 돕고 안 돕고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요인을 찾아보려는 실험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신앙심이 아니라 ‘여유’였다고 한다. 신학생 A 그룹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설교 준비를 시켰고, 신학생 B 그룹에게는 그와 상관없는 설교 준비를 시킨 다음 일부에게는 설교 시간에 늦었.. 2024. 4. 28.
고추장 1킬로그램과 마른 멸치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고추장 1킬로그램과 마른 멸치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나는 오래전 이탈리아에서 아주 개고생을 하면서 요리를 배웠다. 제일 힘든 게 음식이었다. 매일 오일에 버무린 스파게티와 송아지고기를 먹었는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이 살 수가 없었다. 송아지고기는 싸고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어서 주인이 매일 주다시피 했다. 동네에 한식당은커녕 중국식품점도 없었다. 음식이 안 맞으니, 안 그래도 마르던 몸이 피골상접 상태로 가고 있었다. 매일 열 몇 시간씩 일하지, 제대로 못 먹지(송아지고기밖에 먹을 게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에는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삐걱거리는 싸구려 침대 밑에 전갈과 도마뱀이 돌아다니는 방에서. 그렇게 지쳐가고 있을 때였는데, 가게에 웬 소포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고추장 .. 2024. 4. 23.
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늙은 아버지의 등을 함부로 보지 마시라. - 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 살아생전 몇 가지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머니는 늘 일을 하시니, 새벽같이 나가셨다. 아침은 아버지가 차려 드셔야 했다. 어머니가 뭘 준비해놓지 않고 나간 날 아침에는 손수 음식을 만드시기도 했다. 두부를 꺼내고 간장과 다진 마늘에 파를 넣고 두부조림을 하시곤 했다. 술을 퍼마시고 들어와 자고 있는 나를 깨워 밥을 먹이셨다. 나는 그게 참 싫어서 짜증을 냈다. 그러다 숟가락을 들면 어찌나 또 맛이 있던지, 숙취의 이부자리에 누워 맛있는 두부조림의 유혹과 불편한 겸상의 선택 사이에서 잠깐씩 고민도 했다. 아버지는 무릎이 나오고 보풀이 인 낡은 내복차림에 등을 구부리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두부를 조렸다. 그 모습은 아버지를 기억.. 2024. 4. 19.
2024년 4월 주식 보유 현황 2024년 4월 주식 보유 현황 보유 종목 4건 : 한국선재 / 하림 1, 2 / 동국S&C 희망 수익률 : 15% 내외 보유 기간 : 4월 ~ 5월. 30일을 넘지 않을 것. 주식으로 월 200만원 만들기. 2024. 4. 18.
2024년 3월 주식 매도 현황. 신성이엔지. 2024년 3월 주식 매도 현황 수익률 : 19.7% 종목 : 신성이엔지 보유 기간 : 12일 3월 말, 4월 초 기준, 2,300원 안팎으로 변동 중. 2,150원 이하 가격이면 매수할 것. 2024. 4. 11.
재택근무로 물리적 공간의 평등을 이루다. - 일과 공간의 재창조 [재택근무로 물리적 공간의 평등을 이루다. - 일과 공간의 재창조 ] 오늘날에는 현대적 사무실과 관련해 공간 설계자들이 채택하던 대부분의 규칙들에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마치 유리 상자 같은 직사각형 모양의 회의실을 예로 들어보자. 이런 회의실에는 책상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으로, 겨우 비집고 들어갈 공간밖에 없으며 모든 사람이 칠판이나 화면을 보기 위해 정면을 응시한다. 지금은 덜 그렇지만 이런 공간에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상호 작용과 협업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유리벽 회의실은 2020년 첫 록다운 이전 시기에나 어울리던 공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나 록다운 등으로 인해 화상 회의가 유행한 이래 사람들은 물리적인 장소에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 2024. 3. 27.
새로운 유형의 사무 공간으로 등장한 커뮤니티 오피스 - 일과 공간의 재창조 [새로운 유형의 사무 공간으로 등장한 커뮤니티 오피스 - 일과 공간의 재창조 ]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게 애플 파크(Apple Park)의 설계를 부탁했다. 이 환상적인 신규 사옥에는 1만 2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상주할 예정이었다. 잡스의 유작으로 불리는 애플 파크는 우주선을 닮은 거대한 원형 건물로 숲이 우거진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5년이 지난 2017년 3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영향을 받고 빅테크 기업들, 특히 페이스북과 구글도 일류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겨서 실리콘 밸리에 초대형 사옥을 새로 지었다. 스티브 잡스는 재택근무를 끔찍이 싫어했다. 잡스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는 가운데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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