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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연필 깎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연필 깎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 ]9시가 되자, 전원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나이프를 손에 들고 연필을 깎기 시작한다. 연필은 스테들러 루모그래프의 2H. H나 3H를 쓰는 사람도 있다. 설계 현장에 컴퓨터로 제도작업을 하는 CAD가 도입되는 것은 아직 몇 년 뒤의 일이지만, 제도용 까만 연필심지와 심지홀더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아직도 연필로 제도하는 설계사무소는 드물었다. 입사하자 선생님이 손수 내 이름이 새겨진 오피넬 폴딩나이프를 연필 깎는 데 쓰라며 주셨다. 짧아진 연필은 리라 홀더를 끼워 쓴다. 길이가 2센티미터 이하가 되면 매실주를 담는 큰 유리병에 넣어서 여생을 보내게 하는데, 병이 가득 차면 여름 별장으로 옮긴다. 쓸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로 곁 선.. 2022. 9. 16.
[만년필 탐심 ] 만년필 수집과 수선의 모든 것.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다. [만년필 탐심 ] 만년필 수집과 수선의 모든 것.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다. [만년필 탐심 / 박종진 / 틈새책방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1. 고급 필기구 하면 역시 ‘만년필’이다. 만년필은 단순 필기구를 넘어 훌륭한 액세서리 역할도 한다. 시계와 같은 패션 아이템은 물론이고, 고가의 만년필은 사치품 취급도 받는다. 만년필의 가격대는 폭이 넓다. 비싼 것은 사치품 영역에 들어가는 것도 있고, 저렴한 것은 조금 비싼 볼펜과 비교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4, 5만 원대의 보급품인데, 가격대비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만년필에 욕심이 있거나 마니아는 아닌데, 나이가 들다 보니 개수가 늘어난다. 잉크를 찍어서 글을 쓰는 시대에서 잉크를 담아놓고 쓰는 시대로 바뀌게 된 것은 글쓰기의 .. 2022. 9. 13.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 우리 땅 우리 꽃, 야생화, 한국자생식물원 ]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 우리 땅 우리 꽃, 야생화, 한국자생식물원 ]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 송기엽, 이유미 / 진선출판사] 강원도 평창에 가면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 자생식물이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종(種)을 퍼트리고 번식할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이곳에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계절마다 피어있다. 몇 해 전 봄에 이곳을 다녀왔는데, 한 자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야생화를 본적이 없던 터라 내겐 아주 감동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이, ‘이곳에 와서 식물 한 종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알고 간다면 그것으로 만족할만하다’고 하셨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그곳에 다녀오고 한참 지나서 그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길가.. 2022. 9. 10.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특별해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면 특별해지지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특별해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면 특별해지지[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 밥장 / 한빛미디어]  몰스킨은 수첩 중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이다. 흔히 수첩이라 하면 몰스킨을 떠올릴 정도로 수첩의 대명사다. 몰스킨은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내구성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한번 사용하면 대부분 마니아가 된다. 유명 작가들 중에서 몰스킨에 글을 썼던 일화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많다. 몰스킨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몰스킨은 기록을 위한 단순한 수첩이 아닌, 때로는 명작을 남기고 소중한 아이디어를 남기고, 생활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핵심도구이며 문화 아이콘이기도 하다. 내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을 처음 본 것은 KBS.. 2022. 9. 8.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오호츠크의 열두 달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오호츠크의 열두 달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다케타즈 미노루 Minoru Taketazu / 김창원 / 진선출판사] 이 책은 내가 자주 가는 공공도서관의 청소년권장도서 코너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책이었다. 국내에 소개된 때가 2008년이니까 내 눈에 들어온 지도 그만큼 오래 되었다. 얼마 전에 인연이 닿아 읽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자연관찰(생태관찰)기는 실망시키지 않는다.'였다. 자연의 웅장한 스케일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은 언제나 인간을 겸손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만든다. 저자는 훗카이도 동부지역에서 수의사 일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길을 잃거나 다친 야생동물을 수의사에게 데려오고, 수의사는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를 하고 재.. 2022. 9. 6.
일의 기쁨과 슬픔 - 일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일의 기쁨과 슬픔 - 일의 관찰자가 된다는 것 ]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현재를 역사의 정점으로 보는 것,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가끔씩만 책을 읽는 것,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것, "오전 11:00에서 오전 11:15까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이라고 적힌 회의 일정을 꾸역꾸역 소화해 나아가는 것, 부주의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다가 전투에서 산화해 버리는 것 -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현자들이 가르친 대로 죽음에 대비하는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다. 발트 해를 가로질러 펄프를 운반하거나, 참치 머리를 자르거나, 구역질 날 정도로 다양한 비스킷을 개발하거나, 상담하러 .. 2022. 9. 4.
연애의 행방 - 상대방의 꽁꽁 숨겨진 능력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바로 사랑의 마법 [연애의 행방 - 상대방의 꽁꽁 숨겨진 능력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바로 사랑의 마법 ] 사랑하는 사람이 쌓아온 사회적인 성숙을 올려다보며 나 또한 그와 동등한 높이까지 배우고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랑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상대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하고 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은 상대를 향한 사랑의 진실성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는 것'이라는 내용도 말로 하기는 쉽지만 의외로 놓치기 쉬운 선택의 조건이다. 겉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내 발바닥에 와 닿는 실제 감각을 확인하면서 달리는 게 좋다는 팁도 마찬가지. 멀끔한 용모와 세련된 패션 센스, 재치 있는 대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2022. 9. 2.
공항에서 일주일을 - 만남과 이별, 떠남과 도착의 공항 [공항에서 일주일을 - 만남과 이별, 떠남과 도착의 공항 ] 현대 사회에 널리 퍼진 이혼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공항에서 재결합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눈에 띈다. 이런 맥락에서 냉정하거나 금욕적인 척하는 것이 이제 소용없다. 지금은 연약하지만 통통한 어깨를 꼭 끌어안고 무너지며 눈물을 뿌리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냄새만으로도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초조하게 텅 빈 표정으로 어.. 2022. 8. 30.
조각상 살인사건 - 연쇄 살인범 소리 듣기 전에 우리 손에 잡힐 테니까. [조각상 살인사건 - 연쇄 살인범 소리 듣기 전에 우리 손에 잡힐 테니까. ]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이걸 찾았는데,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야. 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가 모두 유명한 조각품을 담았다는 뜻이지. ” 이브는 접시를 옆으로 치우고 그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어떤 길이든 오래 걷다 보면 어딘가에 이르게 되지? 추구하던 곳에 도달하잖아. 지금 당신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찾고 있어. 그자가 영리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이제는 엄청 잔인한 인간이라는 것도 알지. 당신은 그게 재밌는 게임이라도 되는 양 히죽거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당신 목숨이 걸렸어. 오늘 당신 인생이 연쇄 살인범과 엮인 거라고” 챔버스는 테이블 위로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첫째, ..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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