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506 아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기쁘다. - 녹나무의 파수꾼 [아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기쁘다. - 녹나무의 파수꾼 ] 다카코(엄마)가 발을 멈춘 곳은 중앙 광장의 한 귀퉁이였다. 사람들이 둘러설 정도는 아니지만 거기쯤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았다. 뭔가 하는 모양이다. 도시아키(차남)는 천천히 다가갔다. 이윽고 사람들이 무엇을 쳐다보는지 알 수 있었다. 사각 받침대가 바닥에 놓였고 그 위에 조각상 하나가 서 있었다. 실크해트를 쓰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다. 옷이며 안경, 피부, 모발 등 온몸이 검은 금속 재질이고 게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서 영락없이 진짜 동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물론 진짜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그런 척하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 공연의 일종이다. 다카코가 빤히 응시하는 것을 지켜보던 도시아키.. 2024. 9. 3. 1인 회사의 출발은 곧 개인 브랜딩의 출발 -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 [1인 회사의 출발은 곧 개인 브랜딩의 출발 -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 ]회사 다닐 때는 나를 브랜드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홀로 독립을 해보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내가 케어한 브랜드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온전히 내 힘만으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 이름이 뭐가 됐든 결국은 내 이름 석 자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잘 되면 회사도 잘되고 우리 브랜드도 멋져 보이고, 반대로 내가 별 볼 일 없으면 회사는 물론이고 브랜드도 별게 아닌 게 된다. 회사랑 나랑 완벽한 싱크로율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1인 회사의 성장은 개인 브랜드의 성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말을 바꾸면 나라는 브랜드가 한 자리에 .. 2024. 9. 2. 돈을 얼마만큼 가져야 넉넉할까? - 떠남과 만남 [돈을 얼마만큼 가져야 넉넉할까? - 떠남과 만남 ]중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니 역할을 대신 큰누나가 하고 있었다. 누나는 유리컵 세 잔에 사이다를 담아 내왔다. 유리컵들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누나는 제일 깨끗한 유리컵을 선생님께 드렸다. 모양이 다른 유리컵 세 개만큼 우리집의 가난을 명료하게 보여준 것이 없었다. 쟁반 위에 놓인 크기도 모양도 각기 다른 유리컵을 보며 나는 왜 그렇게 부끄러웠던지 모르겠다. 그보다 훨씬 더 곤란한 일들도 많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었는데 그때만큼은 같은 유리컵 세 개를 내놓을 만큼의 부유함이 참으로 부러웠다. 돈을 얼마만큼 가져야 넉넉할까? 사고 싶은 것을 하나도 살 수 없으면 가난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두 개.. 2024. 8. 27. 인류의 역사가 그 변천의 기록이듯, 인생은 개인의 변천사다. - 떠남과 만남 [인류의 역사가 그 변천의 기록이듯, 인생은 개인의 변천사다. - 떠남과 만남 ]이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대웅전 옆 요사채 돌계단에 기대어 서 있었다. 대웅전 앞마당에 웬 노인이 서 있는데 멀리서도 연로해 보였다.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앞으로 굽었는데, 지팡이를 짚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곧 날아갈 것처럼 보였다. 내가 공사바위 위로 올라갈 때도 거기 그렇게 서 있는 것을 무심코 보았는데 아직도 그렇게 서 있었다. 한참을 더 그렇게 서 있더니 뒤로 돌아 천천히 걸어 나왔다. 무릎이 잘 구부려지지 않을 만큼 연로하여 지팡이에 의지해 천천히 걸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주위에 대동하는 사람 하나 없이 노인 혼자 그렇게 한참이나 걸어 나오더니 다시 돌아서 대웅전을 향해 섰다. 그리고 또.. 2024. 8. 25. 휴식과 놀이를 창조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결핍은 미래가 없다 - 떠남과 만남 [휴식과 놀이를 창조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결핍은 미래가 없다 - 떠남과 만남 ]시류(時流)라는 것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시류에 편승한다. 스스로 자기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옳다고 말하지만, 시류를 어기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인간이다. 휴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쉬지 못한다. 늘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푹 좀 쉬고 싶은 것인데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휴식을 창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인식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사회적 시류에 반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회의 전반적 수준 상승이 중요한 것이고, 지도층의 모범이 절실한 것이다. 서양인들은 휴가가 길다. 한번 휴가를 내면 보통 몇 주일씩 놀고 쉰다. 그들은 고부가가치를 가.. 2024. 8. 17.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누군가를 그 소녀만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애틋하게 느낀 적이 있습니까?” “살면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났고,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제법 진지하게 사귀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소녀만큼 누군가를 열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릴 것 같고, 대낮에 깊은 꿈을 꾸는 것 같고,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할 수 없는, 그런 순수한 심정을 품은 적은요. 결국 저는 그 백 퍼센트의 마음이 다시 한번 찾아와주기를 지금껏 기다렸나 봅니다. 혹은 과거에 제게 그 마음을 가져다주었던, 그 사람을.”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아내를 잃은 뒤, 연이 닿아 몇 명의 여자분을 알게 되었습니.. 2024. 8. 14. 빠르게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 떠남과 만남 [빠르게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 떠남과 만남 ]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땀이 앞가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호흡도 가빠져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에 빡빡한 압력이 걸린다. 조금 속도를 내면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 속도를 내면 자신의 육체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된다. 나이가 생각나고 헉헉거림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가면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바위가 있고, 생강나무가 솜털 같은 노란색 둥근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울다가 내 눈길이 거기 머물면 불편하다는 듯 어느새 푸르르 날아 다른 가지로 옮겨 간다. 수량이 적은 산 개울에 물이 흐르고, 그 밑.. 2024. 8. 9. 신용카드 관련 피싱 문자가 왔다. 신용카드 관련 피싱 문자가 왔다.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전화나 문자가 오면 주의 깊게 보고, 때론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면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걸 노리는 사기 문자 피싱이 극성이다. 그리고 내게도 피싱 문자가 왔다. 요즘 많이 나오는 카드 관련 피싱이다. 하나는 카드가 새로 발급되었으니 본인이 아니면 확인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카드가 사용되었으니 본인 사용이 아니면 신고하라는 얘기다. 사기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 몇 가지. 문자 발송 번호와 회신 번호가 다르면 사기. 은행 대표 번호와 회신 번호가 다르면 사기. 해외에서 오는 것은 일단 거르고 본다. 나는 농협과 우리 카드 모두 없는데, 카드 사용 확인하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조금만 주의를 기울.. 2024. 8. 8.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그 방으로 집무실(이라 해도 될 것이다)을 옮긴 후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장작을 날라오는 것이었다. 장작은 정원 창고에 쌓여 있었다. 창고에 있던 대바구니에 장작을 담아 반지하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난로에 몇 개를 던져넣고, 뭉친 신문지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급기구 손잡이를 돌려 공기가 들어오는 양을 조절했다. 장작은 잘 말랐는지 쉽게 불이 붙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난로 앞에 앉아 오렌지색 불꽃이 가만히 흔들리고 쌓인 장작이 차츰 형상을 바꿔나가는 광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았다. 정사각형 반지하 방은 몹시 조용했다. 소리라 할 만한 건 아무것도 들리.. 2024. 8. 7. 이전 1 ··· 4 5 6 7 8 9 10 ··· 5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