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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 1. 눈을 뜬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 잔뜩 낡아 여기저기 녹이 슨 객차 안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다. 킨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백인 남자, 'Trader Joe's'라는 글씨가 선명한 쇼핑백을 내려놓고 있는 흑인 여자, 알록달록한 뉴욕 지도를 펴고 목에는 카메라를 건 채 뭔가를 의논하고 있는 일본인 부부. 멀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사내 옆에는 문신이 선명한 운동복 차림의 여자가 있다. 피곤한 얼굴의 중년 여인 옆에서 십대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한쪽 끝에선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고, 연주가 끝나자 누군가 박수를 친다. 구석의 노약자석에 앉은 홈리스에게선 역한 냄새가 난다. 그때 어두운 차창 밖으로 어수룩한 동양 남자의 얼굴이 비.. 2023. 6. 18.
저 역시 우물에 늘 마음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저 역시 우물에 늘 마음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 일주일 후에 그가 보낸 답장이 날아왔다. 실은 자신도 그 후에 왠지 모르게 오카다 씨가 마음에 걸렸다고 그는 썼다. 당신과 아주 오래 속을 터놓고 얘기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그날 갑작스럽게 볼일이 생겨서 밤까지 히로시마에 꼭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오카다 씨에게 편지를 받으니 나로서도 기쁘다. 내 생각에, 혼다 씨가 나와 당신을 만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혼다 씨는 나와 당신이 만나는 것을, 나와 당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유품을 전한다는 명분으로 나를 당신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신에게 전한 유품이 빈 상자.. 2023. 6. 15.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건 책상, 의자, 종이, 연필뿐입니다. - 위기의 쓸모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건 책상, 의자, 종이, 연필뿐입니다. - 위기의 쓸모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해 11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예일 대학교 미술관의 대형 강당에서 제임스 볼드윈의 강연을 들었다. 어떤 동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혼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명 소설가이자 수필가, 활동가였던 볼드윈은 그 당시 59세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볼드윈은 이미 글쓰기에 대한 여러 독설로 명성이 높았다. - 재능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만 믿다 망한 작가들이 많다. 재능 너머에 있는 것들은 평범한 말들이다. 훈련, 열정, 행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끈기. -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나도 말릴 생각은 없다. 작가가 될 생각이 없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출발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2023. 6. 9.
매일 아침 나무 위에서 이 세상의 태엽을 감지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매일 아침 나무 위에서 이 세상의 태엽을 감지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태엽 감는 새야." 하고 나는 말했다. "매일 아침 나무 위에서 이 세상의 태엽을 감지. 끼이이익 하고 말이야." - 110p. 1권 도둑까치. “태엽 감는 새는 실제로 있는 새야.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소리밖에 못 들었어. 태엽 감는 새는 이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서 세계의 태엽을 조금씩 감아. 끼익끼익 하는 소리를 내면서 태엽을 감지. 태엽 감는 새가 태엽을 감지 않으면, 세계가 움직이지 않아.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몰라.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훨씬 더 복잡하고 멋들어지고 거대한 장치가 세계를 빈틈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사실은 태엽 감는 .. 2023. 6. 6.
문지혁의 [초급 한국어] 그리고 기다리던 후속작, [중급 한국어] 문지혁의 [초급 한국어] 그리고 기다리던 후속작,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는 문지혁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2020년에 출간되었다. 작가가 미국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던 경험이 담겨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읽다 보면 주인공 문지혁의 모습에서 작가 문지혁이 보인다. 작가의 자서전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소설은 담담하다. 자극적이지 않게 일상(외국 생활, 가르치는 일)을 얘기하지만, 그 안에는 모국어에 대한 깊은 철학이 스며있다. 주인공(또는 저자)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한국인이 전하는 한국어 안부를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언어로 이어주는 사람 사이의 관계 등. 읽으면서 되새기는 문장들이 많았다. 작품이 마음에 들.. 2023. 6. 3.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문학의 대표작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 아이들에게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의 희망을 찾는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문학의 대표작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 알렉산더 케이, Alexander Hill Key / 박중서 / 허블 ] 1. 알렉산더 힐 케이(Alexander Hill Key, 1904년 9월 21일 ~ 1979년 7월 25일)는 미국의 SF 작가다.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썼다. 대표작으로 [마녀 산으로의 도주 (Escape to Witch Mountain)]와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살아남은 사람들 멸망의 파도(The Incredible Tide)]가 있다.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훗날 미야자키 하야.. 2023. 6. 1.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 “만약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라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소멸하지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고, 이 세상에서 계속 건강하게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래도 인간은 여전히,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할까요? 우리는 많든 적든, 여러 가지를 계속 생각하잖아요. 철학이나 심리학이나 논리학이나. 그리고 종교도 있고, 문학도 있고. 그런 유의 복잡한 사고와 관념은, 만약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 지구상에 안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가사하라 메이는 거기서 불쑥 말을 끊고, 잠시 침묵했다. 그동안 ‘그러니까’라는 말만이 있는 힘껏 찢겨 나간 사고의 단편처럼 우물 속 어둠에 가만히 매달려.. 2023. 5. 25.
변호사는 의뢰인을 흰색이라고 믿고 변호한다. - 오전 0시의 몸값 [변호사는 의뢰인을 흰색이라고 믿고 변호한다. - 오전 0시의 몸값 ] “7년 전,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담당 변호인님이 영웅이자 구세주였습니다. 미사토 선생님도 학생 때 사실 구세주를 찾으셨죠? 도와줬으면 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분명 대충대충 대응하는 모습에 실망하셨겠죠? 그래서 스스로 변호사가 되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버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변호사가 되려고 한 거고. 고야나기 군은? 왜 변호사가 되려고 했어?” “대학생이었을 때 형의 담당 변호인이 그랬어요. 판사는 무죄 판결을 내릴 때도 새하얗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지 검은색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검은색이라고 생각해도 때로는 자신만은 흰색이라고 믿고 온 힘을.. 2023. 5. 19.
시험공부가 아닌 영어 공부 - 영어 원서 읽기 [시험공부가 아닌 영어 공부 - 영어 원서 읽기 ]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경험에서 차곡차곡 쌓인 이미지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 160p. 그냥 시험만을 위한 영어는 나를 괴롭히고 현실에서도 회화나 문장 이해 능력을 높여주지 못한다. 원서를 통해 문장을 이해하고 신문이나 잡지로 그 영역을 시사적인 것으로 확장하며 오디오북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더 빨리 시험 영어를 정복하는 길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영어를 시험공부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 수능에서 외국어 영역이 1등급이야, 나는 토익이 900점이 넘어.'라는 말은 하지만, '내가 읽은 원서 중에서 감동 받은 ..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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