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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 로마를 불태운 황제 네로 [꿀벌의 예언 2 - 로마를 불태운 황제 네로 ] 서기 64년 7월 18일, 로마의 황제 네로는 도시 계획 차원에서 열네 개 구역 중 세 곳의 빈민 밀집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불결한 이 세 구역을 가장 빨리 정비하는 방법은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라고 판단해 병사들을 시켜 그 일대에 불을 지르게 한다. 그런데 불이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바람에 애초에 목표했던 세 구역 외에도 일곱 곳이 추가로 타버리고 만다. 화마를 피한 곳은 열네 구역 중 네 구역에 불과했다. 로마 주민들에게 제대로 위험을 경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네로식 도시계획으로 인해 결국 3만 명의 사망자와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백성들의 분노가 들끓고 반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원로원에서는 황.. 2023. 10. 12.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1Q84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1Q84 ] "아, 그리고." 운전기사는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아오마메는 머릿속에서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운전기사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에요. 그렇죠? 보통사람이라면 대낮에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안 합니다. 특히 여자들은요." "그렇겠죠." 아오마메는 대답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2023. 9. 24.
훌륭한 나무꾼은 몸에 단 하나의 상처만 지니고 있어.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훌륭한 나무꾼은 몸에 단 하나의 상처만 지니고 있어.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혼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 사람은 혼이 나면 신중해지고, 신중해지면 다치지 않게 되네. 훌륭한 나무꾼은 몸에 단 하나의 상처만 지니고 있어.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지. 단 하나뿐이야. 내가 말하는 뜻 알겠나? - 99p. 내가 이 도시의 어딘가에 반드시 출구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처음에는 직감이었어.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확신을 하게 되었지. 그 까닭은 이 도시가 완벽한 시가지기 때문이지. 완벽하다는 건 필연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도시라고 얘기할 수조차 없어. 좀더 유동적이고 총체적인 그 무엇이야.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꾸어 가고.. 2023. 9. 20.
꿀벌의 예언 1 -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꿀벌의 예언 1 -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 지금처럼 계속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떠올리는 대상인 거야. 과거는 땅속 깊이 뻗어 있는 긴 뿌리들 속에 흩어져 있어.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 그러다가 햇빛과 수액이 부족한 나뭇잎은 말라 죽게 되지. 나뭇가지 전체가 꺾여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건 .. 2023. 9. 10.
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군산 [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군산 ] 집의 뼈대는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 먹는 소리를 들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식구들이 벽에 기대거나 방바닥을 뒹굴며 스킨십을 해줘야 집안에는 윤기가 돈다. 활력을 얻은 집은 고단하고 지친 사람을 따뜻하게 품는다. 돌아오자마자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지고 고꾸라져도 눈치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집은 외로움에 약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지면 뭐라도 끌어안고 싶어 한다. 먼지나 습기를 빨아들이고, 날아다니는 풀씨에 안방까지 내줘버린다. 서까래는 힘을 잃고, 구들을 뚫고 올라온 싹은 순식간에 자란다. 끄떡없을 것 같았던 지붕도 슬그머니 내려앉는다. 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 94p. 군산 / 배지영 / 21세기.. 2023. 7. 27.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뉴욕의 서점과 책 이야기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읽어야 한다. 첫째는 뉴욕의 서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과 책과 서점에 관한 소설이고, 둘째는 실제 뉴욕의 서점과 뉴욕의 출판현황, 서점과 책의 미래에 대한 문화순례기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뉴욕의 서점과 책 이야기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서진 / 푸른숲 작가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를 읽으면서 작가의 내공과 소재의 참신함에 감탄을 했던 터라 후속작이 반가웠다. 이 작품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가 그려내는 뉴욕의 거리, 그리고 서점과 책 이야기로 다시 한번 작가의 내공을 확신한다. 뉴욕 문화의 다양성과 저력뿐만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북원더러(book wanderer)들의 책 사랑과 그 애틋함이 읽는 내내 고스.. 2023. 6. 24.
[오전 0시의 몸값 ] 납치 후 몸값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받는다. 여대생 납치 후 몸값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받는 전대미문의 범죄. 납치를 공개하고 몸값도 공개적으로 받는다. 납치범의 숨은 목적은? [오전 0시의 몸값 ] 납치 후 몸값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받는다. 오전 0시의 몸값 / 교바시 시오리, Shiori Kyobashiy / 문승준 / 내 친구의 서재 1.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여대생(나코)이 법률회사의 자문을 받으러 왔다. 신임 변호사(고야나기)가 담당을 하면서 구체적인 진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의뢰인이 저녁 식사 후 사라졌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심적 부담이 생겨서 잠시 시간이 필요한 건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일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나는 보스의 말처럼 나코가 어떤 사정으로 떠났지만 내일 각오를 다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 믿고 .. 2023. 6. 21.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 당신 마음에 가 닿는 내 다리도 그렇다. ] 1. 눈을 뜬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 잔뜩 낡아 여기저기 녹이 슨 객차 안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다. 킨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백인 남자, 'Trader Joe's'라는 글씨가 선명한 쇼핑백을 내려놓고 있는 흑인 여자, 알록달록한 뉴욕 지도를 펴고 목에는 카메라를 건 채 뭔가를 의논하고 있는 일본인 부부. 멀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사내 옆에는 문신이 선명한 운동복 차림의 여자가 있다. 피곤한 얼굴의 중년 여인 옆에서 십대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한쪽 끝에선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고, 연주가 끝나자 누군가 박수를 친다. 구석의 노약자석에 앉은 홈리스에게선 역한 냄새가 난다. 그때 어두운 차창 밖으로 어수룩한 동양 남자의 얼굴이 비.. 2023. 6. 18.
저 역시 우물에 늘 마음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저 역시 우물에 늘 마음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 일주일 후에 그가 보낸 답장이 날아왔다. 실은 자신도 그 후에 왠지 모르게 오카다 씨가 마음에 걸렸다고 그는 썼다. 당신과 아주 오래 속을 터놓고 얘기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그날 갑작스럽게 볼일이 생겨서 밤까지 히로시마에 꼭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오카다 씨에게 편지를 받으니 나로서도 기쁘다. 내 생각에, 혼다 씨가 나와 당신을 만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혼다 씨는 나와 당신이 만나는 것을, 나와 당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유품을 전한다는 명분으로 나를 당신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신에게 전한 유품이 빈 상자..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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