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415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누군가를 그 소녀만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애틋하게 느낀 적이 있습니까?” “살면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났고,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제법 진지하게 사귀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소녀만큼 누군가를 열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릴 것 같고, 대낮에 깊은 꿈을 꾸는 것 같고,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할 수 없는, 그런 순수한 심정을 품은 적은요. 결국 저는 그 백 퍼센트의 마음이 다시 한번 찾아와주기를 지금껏 기다렸나 봅니다. 혹은 과거에 제게 그 마음을 가져다주었던, 그 사람을.”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아내를 잃은 뒤, 연이 닿아 몇 명의 여자분을 알게 되었습니.. 2024. 8. 14. 빠르게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 떠남과 만남 [빠르게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 떠남과 만남 ]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땀이 앞가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호흡도 가빠져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에 빡빡한 압력이 걸린다. 조금 속도를 내면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 속도를 내면 자신의 육체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된다. 나이가 생각나고 헉헉거림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가면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바위가 있고, 생강나무가 솜털 같은 노란색 둥근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울다가 내 눈길이 거기 머물면 불편하다는 듯 어느새 푸르르 날아 다른 가지로 옮겨 간다. 수량이 적은 산 개울에 물이 흐르고, 그 밑.. 2024. 8. 9.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그 방으로 집무실(이라 해도 될 것이다)을 옮긴 후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장작을 날라오는 것이었다. 장작은 정원 창고에 쌓여 있었다. 창고에 있던 대바구니에 장작을 담아 반지하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난로에 몇 개를 던져넣고, 뭉친 신문지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급기구 손잡이를 돌려 공기가 들어오는 양을 조절했다. 장작은 잘 말랐는지 쉽게 불이 붙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난로가 온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난로 앞에 앉아 오렌지색 불꽃이 가만히 흔들리고 쌓인 장작이 차츰 형상을 바꿔나가는 광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았다. 정사각형 반지하 방은 몹시 조용했다. 소리라 할 만한 건 아무것도 들리.. 2024. 8. 7. 연애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정신질환이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연애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정신질환이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소에다 씨는 별달리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새로 '굴러들어온 돌'인 나를 상사로서, 처음부터 저항감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맞아들였다. 내겐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다. 직장 내에서 삐걱이는 인간관계만큼 사람을 소모시키는 건 없으니까. 소에다 씨는 자기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타인에 대한 건전한 호기심은 충분한 모양이라, 시간이 조금 지나 내 존재에 익숙해지자 나의 과거를 이것저것 알고 싶어했다.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왜 내가 사십대 중반까지 결혼하지 않았는지에 가장 큰 흥미가 있는 듯했다. 만약 그 이유가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라면 누군가 '적당한 상대'를 찾아 소개해줄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 2024. 7. 30. 쓰레기를 버릴 땐 조심 또 조심 -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쓰레기를 버릴 땐 조심 또 조심 -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곧바로 파쇄기를 샀다. 왜냐하면 쓰레기에는 어마어마한 개인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생활의 축도라 할 만하다. 이일을 시작하고 처음 몇 개월이 지나자 자연스레 쓰레기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읽을 수 있었다. 일부러 쓰레기봉투를 찢거나 열어보는 짓은 하지 않지만, 수거차에 실은 쓰레기를 압착하는 회전판이 돌아가 쓰레기봉투가 찢어지면 저절로 안에서 생활의 일부가 비어져 나온다. 하루에 수백 개에 이르는 온갖 타는 쓰레기를 보고 있으면 패턴처럼 똑같은 쓰레기가 나온다. 그것이 경향이다. 경향과 다른 것이 나오면 그것은 개성이다. 6년 동안 한결같이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나는 되고 싶지도 않았던 쓰레기 프.. 2024. 7. 24. 네 앞으로 보낸 수많은 편지는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네 앞으로 보낸 수많은 편지는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쿄에서도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나 답장은 없다. 그 시기 네 앞으로 보낸 수많은 편지는 어떤 운명을 맞았을까? 그 편지들은 과연 너에게 읽히기나 했을까? 아니면 뜯기지도 않은 채 누군가의 손을 거쳐 쓰레기통에 버려졌을까? 영원한 수수께끼다.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계속 편지를 쓴다. 항상 쓰는 만년필과 항상 쓰는 검은색 잉크로. 편지를 쓰는 것 말고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그 편지들에 나는 도쿄에서 보낸 나날의 일상을 적는다. 대학 생활에 대해 쓴다. 수업들이 대부분 상상을 초월하게 따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다 할 관심이 생기지 않는 것에 대해. 밤시간에 아르바이트하는 신주쿠의 작은 레코드 가게에 대해. 그 .. 2024. 7. 18. 뉴욕, 굴의 도시로 부활할 것인가. - 뉴욕을 먹다 [뉴욕, 굴의 도시로 부활할 것인가. - 뉴욕을 먹다 ]8000년 넘게 이어지던 뉴욕 굴의 시대(고고학자들은 뉴욕 항구 인근 굴무지의 연대가 기원전 6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한다)는, 20세기가 되자 끝나버렸다. 과도한 수확, 수질오염, 연안 매립 등에서 비롯한 위기였다. 1600년대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매립으로 맨해튼의 면적은 원래보다 20퍼센트 이상 넓어졌는데, 그로 인해 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갖은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결국 1927년, 뉴욕 시는 연안에서 채취한 굴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뉴욕의 마지막 오이스터 베드는 문을 닫았다. 물론 이후로도 “뉴욕 시민들은 계속 굴을 먹었지만 예전만큼 많은 양이 아니었.. 2024. 7. 5. '잘하는 일'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겨라 - 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 ['잘하는 일'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겨라 - 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할 필요는 없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균형 있게 조절하여 '잘하는 일'로 성과를 내고 돈을 벌며, 그 외의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 된다. 결국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도 처음에는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2024. 6. 21.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1Q84-2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1Q84-2 ]"체호프가 말했어.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고." "무슨 뜻이죠?"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지.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어. 체호프는 쓸데없는 장식을 최대한 걷어낸 소설 쓰기를 좋아했어." "그리고 당신은 그걸 걱정하는 거군요.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 거라고."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내게 권총을 건네주고 싶지 않은 거고."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해. 게다가 체호프는 믿을 수 있는 작가야."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2024. 6. 19. 이전 1 ··· 4 5 6 7 8 9 10 ··· 47 다음 반응형